국회도 '알맹이 빠진 김영란法' 그대로 통과시킬 건가 [동아일보 사설-20130731수]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을 원안(原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다. 이 법은 처음 제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름을 따 '김영란법(法)'이라고 불린다. 김영란법의 원안은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수정안은 직무와 관련된 경우나 지위·직책에서 나오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해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하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엔 받은 돈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만 물리도록 했다. 이 법의 원안대로 하면 건축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건축 인·허가와는 관계가 없는 사업자로부터 금품이나 술·골프 접대를 받을 경우 그 공무원을 형사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수정안대로 하면 형사처벌은 하지 못하고 과태료만 물리게 된다. 과태료는 공무원들의 신상에 미치는 영향이 징역형·벌금형 같은 형사처벌보다 훨씬 약하다. 공무원이 뇌물죄로 실형(實刑)을 받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보다 약한 집행유예·선고유예 판결을 받아도 직(職)을 잃고 전과 기록인 범죄경력자료에 기록된다. 벌금형을 받으면 직은 잃지 않지만 전과 기록에는 남는다. 반면 과태료 부과로 처벌이 끝나면 아무리 많은 과태료를 부과받아도 공무원 신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전과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과태료 처분만으로는 공무원의 금품 수수 악습을 끊을 수 없다는 게 자명하다. 그동안 지역 건설업자를 스폰서로 두고 용돈과 향응을 받은 검사들이 뇌물죄로 기소됐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당초 금품을 받은 공무원을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는 김영란법을 추진한 것은 이런 뇌물죄의 사각(死角)지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다른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공무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원안에서 알맹이가 빠지고 말았다. 이제 김영란법의 운명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김영란법을 원래대로 살려내야 한다. 이 법은 행정부·사법부·입법부의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물론 국회의원에게도 적용된다. 국회의원들이 이 법이 자신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해서 이 법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대한민국의 청렴도는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을 영원히 넘지 못할 것이다. |